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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酒有所)/소주, 진

[리큐어] 크림 드 코코넛, Crème De Coconut, Ve De Di / 베트남 술, 베트남 기념품 추천 / 베트남 추천 술

by joosool 2025.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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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기 위해, 오히려 돌아온다 (Về Để Đi)
Crème de Coconut

베트남 하노이 외곽의 작은 증류소, Về Để Đi(‘베 데 디’). 이 이름은 베트남어로 “돌아가야 떠날 수 있다(To return, in order to go)”는 뜻이다. 조금 의역해 보자면 우리나라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의 베트남판 이랄까.. 단순하지만 울림 있는 철학이다. 그리고 이 철학은 Về Để Đi의 모든 술에 깃들어 있다.

 

그 이름처럼 그들은 베트남 그 자체를 술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곳의 술은 단순한 레시피가 아닌, 지역 농부들의 손길, 열대 작물의 기후 리듬, 그리고 전통 곡물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모든 원재료는 베트남 내에서 수급하고, 찹쌀 기반의 베이스 스피릿을 직접 증류한다. 숙성이나 향 첨가 과정에서도 화학적 조작 없이 자연 상태의 뉘앙스를 고집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베트남에서 만든 술”을 넘어, “베트남을 마시는 술”을 만들고 있다.

 

Crème de Coconut

이 증류소의 대표작 중 하나인 Crème de Coconut(크렘 드 코코넛)은 그 철학의 정수가 응축된 작품이다. 흔히 생각하는 달달한 코코넛 리큐어와는 거리가 멀다. 이 술은 '코코넛 향 첨가 리큐어'가 아닌, 코코넛 그 자체를 증류로 승화한 작품이다. 


사용된 코코넛은 베트남 벤쩨(Bến Tre) 지역의 고품질 열대 코코넛이다. 가공되지 않은 코코넛 크림을 베이스로, 찹쌀 증류주의 부드러운 바디에 녹여냈다. 단맛은 절제되어 있고, 크리미하지만 무겁지 않은 질감, 풍부하면서도 깨끗한 향미 구조, 그리고 입안에서 여운이 길게 남는 고소함과 미세한 스파이스감이 균형을 이룬다.

이 술은 단독으로 음미해도 좋지만, 얼음과 라임을 곁들인 칵테일(진토닉)로 즐기면 술의 복합성과 열대성이 더 선명히 살아난다.

 

[향과 맛]

잔을 코끝 가까이 가져가는 순간, 가장 먼저 감지되는 향은 갓 벗긴 생코코넛의 크리미한 상큼함이다. 이후 곧바로 볕에 말린 코코넛 칩, 미세한 바닐라 빈, 그리고 익은 열대 과일(특히 말린 바나나와 파파야)의 향기가 퍼진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면 찹쌀을 찐 후 남은 따뜻한 증기 같은 곡물의 포근함이 바닥에서 받쳐준다. 그리고 잔을 돌렸을 때 은은하게 퍼지는 것은 구운 마카다미아, 볶은 흰깨, 아주 살짝 달여낸 생강 같은 따뜻한 향의 조합이다. 이 향의 조화는 무겁거나 인공적이지 않고, 오히려 자연에서 바로 증류해낸 것 같은 입체적이면서도 순수한 아로마다.

입에 머금는 순간, 마치 부드러운 코코넛 크림이 혀를 감싸듯이 퍼진다. 첫 인상은 견과류와 코코넛 밀크가 녹아든 라떼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단맛이다. 하지만 그 단맛은 설탕이나 시럽의 그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발효된 열대 과일의 당도와 닮아 있다.

이어지는 중심부에서는 찹쌀 증류주의 바디감이 부드럽게 올라오고, 그 위로 살짝 구운 코코넛 껍질의 은근한 스모키함이 지나간다. 그 안쪽에는 잣・마카다미아・달걀 노른자 같은 부드러운 고소함, 그리고 아주 미묘하게 하얀 후추나 생강껍질의 기운이 감돌아 입안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며 구조감을 만든다.

피니시는 꽤 긴 편으로, 마지막에 혀 위에 남는 것은 구운 설탕과 쌀 누룽지처럼 고소한 단맛, 그리고 목으로 넘어간 후에도 코 끝에 남아있는 따뜻한 바닐라와 코코넛의 여운이 인상적이다.

 

[가격]

나름 베트남 내에서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만큼 베트남 각지의 리쿼샵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꼭 리쿼샵이 아니더라도 빈마트 같은 대형마트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25년 6월 현재, 770,000VND로 한화 4.1만원정도로 구매할 수 있다. 


이 술을 단순히 Crème de Coconut은 리큐어라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낄만큼 괜찮은 술이다. 베트남 기후와 작물, 문화와 철학,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빚어낸 ‘마시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이 가격은 베트남임을 고려해도 충분히 지불할 만 하다. 베트남에 들르게 된다면 꼭 한병 구매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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